도도한 신사 고양이
고양이는 정교한 신체 언어를 구사합니다.
고양이들의 기분은 꼬리, 털, 귀, 수염 등을 통해 나타나죠.
고양이가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낸다면
대개 친근감과 만족감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는 고양이가 혼자 있고 싶은지 아니면 친근한 상태인지 알고 싶을 때
가장 믿을만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개와는 충분한 유대감을 쌓아왔다고 자부하지만,
지난 수천 년간 인간과 함께 살며 길들였음에도
고양이에 대한 이미지는 비교적 좋지 못합니다.
물론 고양이를 키우는 이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고양이도 여느 개만큼이나 주인과 강한 유대감을 쌓을 수 있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왜 이 무관심하고 까칠하다는 이미지는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요?
처음에 고양이가 어떻게 인간에게 길들여졌는지를 살펴보면
고양이가 지닌 이미지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야생 고양이의 가축화는 약 1만 년 전 신석기 시대 중동 지역에서 처음으로 나타났습니다.
고양이들은 인간에게 먹이를 의존하지 않았고,
인간은 고양이에게 농작물이나 식품 저장소를 노리는 쥐나 해충 등을 잡아먹으면서
스스로 먹을 것을 구하게 했습니다.
즉 고양이는 처음부터 사냥에 함께 참여하고, 사냥감을 얻어먹기 위해
인간에게 의지했던 개보다 인간에게서 조금은 더 멀리 떨어진 거리를 유지했다는 것이죠.
현재 소파에 웅크리고 있거나 책장 꼭대기에 올라앉아
여러분을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고양이는
야생 시절의 본능을 여전히 많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먹이를 사냥하고 자신의 영역을 순찰하며 다른 고양이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본능이죠.
우리가 길들였다고 해서 야생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존재가 된 건 아닙니다.
사람들은 고양이가 개처럼 행동하길 바라지만
고양이의 경우 가축화가 진행된 건 최근의 일입니다.
고양이는 사회적으로 어울리지 않고 혼자 살아가던 조상으로부터 진화했기에
길들여진 유일한 비사회적 동물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같이 고양이의 별난 점을 고려하면
우리가 이들의 신호를 잘못 이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편 고양이의 감정과 사회성에 관한 연구는
개에 관한 연구보다 늦게 이뤄졌지만, 꾸준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인간에 대한 고양이의 사교성은 꽤 복잡한 스펙트럼으로 이뤄져 있다고 말합니다.
어떤 이들은 고양이는 배고플 때만 진정한 애정을 보이는 존재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고양이들은 정말 배고플 때만 애정을 보일까요?
고양이의 사교성은 매우 가변적입니다.
유전학적인 요인도 있고, 보통 생후 6~8주간의 경험을 통해서도 사회성이 결정됩니다.
만약 이 시기에 인간과 긍정적인 경험을 쌓았다면
인간을 좋아하고 인간과 어울리고 싶어 할 것입니다.
사실 고양이를 길들이는 일 자체가 스펙트럼입니다.
길 고양이는 인간으로부터 숨거나 도망치는 등
야생에서 생활하던 조상과 훨씬 더 비슷한 행동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죠.
지중해와 일본 일부 지역에선 "공동체 고양이" 집단이
어촌 등지에서 번성하며 현지 주민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우호적으로 굴기도 합니다.
어떤 고양이는 상대적으로 인간과 거리를 유지하는 반면,
인간과 함께 잘 지내는 고양이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만약 고양이와 강한 유대감을 쌓고 싶다면 무엇에 주의해야 할까요?
개와 마찬가지로 고양이 또한 음성이 아니라 몸짓으로 더 많이 의사소통을 하는데요.
상황이 안정적일수록 고양이는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방 반대편에서 고양이가 천천히 눈을 깜박거리며 여러분을 바라보는 행위는 사실 애정의 표현입니다.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는 모습도 업신여기는 것이 아니라 여유로움의 표시일 수 있죠.
주인이 개나 고양이를 방에 남겨두고 얼마 뒤 돌아오는 실험을 한 적이 있는데
그 결과 주인에게 애착을 느끼는 대부분의 고양이는 다가와 인사한 뒤 다시 방 안을 탐험하러 나섰습니다.
이는 "집이 안정적이며, 주인과 강한 감정적 유대를 보여주는 부분이다"라고 설명할 수 있겠죠.
하지만 고양이에게 개처럼 인간에게 엄청난 관심을 두라고 강요하는 일은
고양이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막는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귀엽지만 도도한 모습에 반해 고양이를 좋아하실 테니까요.
고양이가 천천히 눈을 깜박거리며 바라보는 행위는
애정의 표현이라는 것을 아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럼 고양이가 주인에게 몸을 비비는 모습은 어떨까요?
이러한 행위는 마치 야생 고양이가 영역의 나무 등에 몸을 비비는 것처럼 일종의 영역 표시로 여겼었지만,
고양이가 사람에게 몸을 비빌 땐 보통 소속감의 표시입니다.
고양이는 자신의 냄새를 사람의 피부로 옮기고 또 동시에 사람의 체취를 자신의 털에 묻히는 거죠.
이는 보통 야생 고양이가 동맹을 맺고 있는 다른 고양이에게 하는 방식으로,
"공통의 체취"를 만들어 친구와 적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집에 돌아왔는데도 고양이가 소파에서 조용히 살펴보고 있거나
늘어지게 하품하며 복도를 걸어 다니고 있다고 해도 실망하지 않길 바랍니다.